[김진이 간다]눈밭 대신 눈물…입춘 지나서도 겨울축제

2020-01-16 3



다음 주 월요일이면 벌써 겨울의 마지막 절기 '대한'입니다.

그런데 추운 날씨가 제대로 찾아오지 않아서 대표적인 겨울축제들이 시작도 못하고 있습니다.

눈밭 대신 눈물 바다가 되어버린 지역 현장에 김진이 간다, 김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김진]
올 겨울, 유난히 따뜻한 날씨 때문에 눈보다 비가 내린 날이 더 많았죠. 이런 이상 고온으로 인해 전국 곳곳의 겨울 축제들이 취소되거나 연기 되는 등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지역 경제가 받은 타격도 만만치 않은데요. 추위가 사라져버린 겨울, 혼돈에 빠진 겨울 축제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대표적인 겨울 축제로 꼽히는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 축제. 지난해에는 18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불러모았지만,

지금은 그저 적막하기만 합니다.

포근한 날씨 때문인데요. 기온이 평년보다 5도 이상 높아 강물이 제대로 얼지 않자, 애초 지난 4일 개막 예정이었던 축제가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겁니다.

[김옥분 / 화천군 주민]
안 추워요 금년에는. (원래) 장갑을 껴도 손이 시렸는데. 지금도 산에 눈이 하얗고 (강도) 하얘야 하는데 (안 그래요). 날이 너무 따뜻하다는 거야.

게다가 지난주에는 눈 대신 많은 비가 내려, 축제 장소는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보수작업자 A씨]
대한민국 겨울에서 가장 추울 때인데 1월이. 비가 와서 물이 상류에서 넘치니까 대책이 없는 거지.

[보수작업자 B씨]
비 안 왔으면 지금 여기

[보수작업자 A씨]
외국인 낚시터에 사람 받지

비가 내린 다음 날인 지난 9일의 낮 기온은 영상 9도. 1년 전, 같은 날과 비교하면 무려 23도 차이가 납니다.

미리 준비해뒀던 눈썰매장의 인공 눈까지 모두 녹아내린 상황. 20센티미터 이상 돼야 하는 얼음의 두께는 그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피디]
손바닥이 다 비치는데?

먼저 개방했던 외국인 낚시터도 폐쇄됐는데요. 단체로 화천을 찾았던 외국인들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날씨 때문에 강에서 낚시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실망스럽습니다.

예정대로라면 대목을 맞아 북적여야 할 화천 시내는 스산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텅 비었는데요. 지역 상인들은 시름이 깊습니다.

[고향화 / 화천군 상인]
식당, 숙박업, 시장 모두 다. 모든 게 다 타격 받죠. 불안한 정도가 아니라 보통 걱정이 아니죠. 잠이 안 오죠.

점심시간이지만, 식당에는 손님이 1명도 없습니다.

[정현숙 / 식당 주인]
산천어 축제 때는 사람들이 낮에도 와서 먹고, 외국 사람들도 와서 먹는데 지금은 아예 텅 비어있는 걸 어떡해. 작년보다는 (장사가) 많이 안 돼요. 갈수록 더 안 되는 것 같고.

식당 주인은 눈물까지 보입니다.

숙박업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이필순 / 숙박업소 주인]
손님이 하나도 없지. 전부 취소해가지고. 지금 뭐 오늘도 전부 은행가서 다 환불해줬지. 11일하고 18일에 다 예약해서 (방이) 다 찼잖아. (원래) 방마다 다 찼는데 전부 취소된 거야.

물바다가 되어버린 축제 장소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배수 작업을 했지만 완전히 복구되지 못한 상황. 결국 개막은 또다시 오는 27일로 미뤄졌습니다.

다음달 4일은 봄이 시작된다는 절기 입춘, 겨울 축제가 봄 축제로 바뀔 판입니다.

[최문순 / 화천군수]
앞으로 비가 100mm 더 온다면 망가질 수 있겠지만, 그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취소는 아직 검토 안 하고 있습니다. 취소는 안 한다.

다행히 기온이 다시 영하로 내려가자 주최 측은 제설기로 눈을 뿌리고, 강에 얼음을 쏟아부으며 축제 준비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겨울 축제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다시 웃을 수 있을지 이제 하늘에 달렸습니다. '김진이 간다' 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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